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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팀 벨라도나에서 개발과 기획을 맡고 있는 판테라입니다.

앨스웨어 개발일지는 효니와 함께 써왔는데, 이번엔 조금 다른 형식으로 글을 하나 시작해보려 합니다. 저희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노웨어(NOWHERE) — 그 과정을 주기적으로 기록해두는 개발일지입니다. 관찰자의 눈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하나씩 써나가 볼 생각입니다.

노웨어는 이름도 지도도 없는 마을에 인간인 주인공이 홀로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호러 비주얼 노벨입니다. 마을 주민은 전부 괴물이고, 7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과 관계를 쌓거나 등지면서 결말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괴물들의 마을에 갇혀버린 인간"의 이야기인데, 이렇게 쓰고 보니 제법 근사하게 들리기도 하고 꽤 무섭게 들리기도 하네요. 😁


왜 지금, 사이드 프로젝트인가

앨스웨어를 함께 만들면서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저는 팀이 어느 정도 꾸려진 이후에 합류한 입장이라, 앨스웨어의 초기 기획 — 코어 루프의 방향을 잡고 게임의 뼈대를 세우는 단계 — 에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파트너가 기획에도 충분히 역량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처음부터 손을 많이 얹는 게 오히려 불편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런데 함께 작업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기획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실제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옮기는 과정 — "이 요소를 왜 넣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플레이어가 어떤 흐름으로 경험하는지"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부분이 막히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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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는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기획의 전 과정을 직접 밟아보는 프로젝트입니다. 큰 틀을 잡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라, 각 메커니즘이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지를 구현 이전에 충분히 정리해두는 것. 앨스웨어에서 배운 것들을 스스로 되짚어 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 한 것들

지금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한 건 기획서를 실제로 작동하는 설계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초기에 적어둔 기획은 세계관도 있고 캐릭터도 있고 엔딩 구조도 있었는데, 읽다 보면 어딘가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감도 시스템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 호감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선택이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굿 엔딩에 도달하려면 플레이어가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큰 틀은 있는데 디테일이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이번 주는 그 디테일을 채웠습니다. 선택지의 무게를 어떻게 나눌지, 각 캐릭터와의 관계가 7일 동안 어떻게 쌓여가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실제로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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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설계를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구멍이 보이거든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충분히 잘 플레이했는데 구조상 굿 엔딩에 닿지 못하게 되는 경우, 호감도가 비공개라 플레이어는 이유도 모른 채 배드 엔딩을 보게 됩니다. 이런 걸 미리 잡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스크립트를 쓰다가 더 큰 수렁에 빠집니다. 작은 조정 하나지만, 그 안에 "한 번 실수한 플레이어도 굿 엔딩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설계 철학이 들어갑니다. 설계 단계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들입니다.


렌파이,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것의 범위

구현 도구는 Ren'Py입니다. 비주얼 노벨 특화 엔진으로, 이전에도 여러 프로젝트를 만든 경험이 있어 기술적인 허들은 낮습니다. 그 말은 곧 만들 수 있는 것의 범위를 냉정하게 산정하기가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단계에서 가장 집중한 건 "완성하는 것"을 리스크로 두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많아도 완성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 연출 요소들은 일단 후순위로 미뤄두었습니다. 구현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지금 단계에서 반드시 있어야 게임이 성립하는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호감도 분기와 엔딩, 그리고 각 캐릭터와의 실제 대화 — 이것들이 먼저 충분히 설계되어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스크립트를 직접 써보는 것입니다. 기획서에 적힌 캐릭터와 실제로 대화를 쓰다 보면, 그 아이가 어떤 말투를 쓰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노웨어의 괴물들이 화면 위에서 걸어다니기 시작하는 건 아직 한참 남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건 이제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 개발일지도 기대해 주세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 판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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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HERE, 이름 없는 마을.

누구도 이 마을이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하나 확실한 건 이 마을은 괴물들을 끌어들여 마을의 일원으로 만든다. 나가는 방법은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 죽음 또한 탈출구가 되지는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