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게임다움이 생긴다는 것

안녕하세요! 팀 벨라도나 개발일지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는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와 콘셉트에 맞는 아트와 개발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결정도 있었어요.
개발 난이도 문제로 타이밍 ARPG라는 핵심 콘셉트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포기하려고 생각해보니, 그 순간 잃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RPG 특유의 전략성, 한 번 잘 만들어두면 돌려쓰기 편한 시스템 구조... 다른 게임들도 타이밍을 활용한 요소들이 많은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결국 콘셉트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어렵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아이디어였거든요. 인디게임 개발이란 게 결국 크고 작은 결정들의 연속인데, 이번 결정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효니: 게임을 만들고 있구나, 실감하는 순간
이번 주는 크게 세 가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주에 잠깐 언급했던 비주얼 노벨 스타일의 앤 스탠딩 이미지 제작입니다. 총 9장을 그렸어요. 판테라 말로는 ORK에 해당 기능을 지원하긴 하지만 바로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어느 정도 커스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막상 구현된 화면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빛깔이 좋게 나왔습니다. 그 순간 "아, 내가 진짜 게임을 만들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왔어요. 그림을 그릴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화면 안에서 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두 번째는 월드 파트 맵의 조형물 배치입니다. 판테라가 이번 주 전투 시스템 구현에 집중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유니티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왔어요. 판테라에게 협업 방법을 듣고 서로의 업무 범위가 겹치지 않는 선에서 나무, 집, 울타리 등을 배치했습니다.

아직 채워야 할 것들이 많긴 하지만, 처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에 펼쳐지는 풍경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게임처럼 보인다는 게 이렇게 설레는 일인 줄 몰랐습니다. 세세한 조형물 하나하나가 세계관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걸 직접 느끼고 있어요.

세 번째는 캐릭터 그림체에 대한 소소한 실험입니다. 제가 쓰는 그림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면서 렉이 완화되었고, 그 김에 기존 스타일 중 하나로 배리에이션을 시도해봤어요. 판테라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는데... 새로운 배리에이션이 생각보다 무섭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패스 당했습니다. (코쓱) 그림체 탐색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언젠가 딱 맞는 배리에이션을 찾아낼 때까지요.

판테라: 기능 하나가 게임다움을 만든다
이번 주 저는 월드 파트의 감초 역할을 하는 포트레이트 기능과, 앤의 전투 공격 네 가지를 구현했습니다.
ORK 프레임워크는 포트레이트 기능과 다이얼로그 기능을 각각 제공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쓰는 UI는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기존 다이얼로그 UI에 포트레이트 HUD 기능을 덧붙이는 커스텀 코드를 작성해서, 스키매틱 노드 안에서 작동하는 커스텀 포트레이트 다이얼로그 UI를 완성했습니다. UI 하나 붙였을 뿐인데, 게임다움이 확 살아나는 게 눈에 보였어요. 기능이 쌓일수록 화면이 점점 게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번 주가 딱 그런 주였습니다.
그런데 포트레이트 UI는 주연과 조연 간의 본격적인 대화에는 잘 맞지만, 캐릭터가 혼잣말을 한다거나 가볍게 농담을 던지는 상황에는 기능이 좀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짧은 대화나 궁시렁거리는 상황을 위한 스피치 버블 UI를 따로 제작했어요. 덕분에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갈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습니다. 현재는 기능 완성 단계이고, 이후 폴리싱 과정에서 더 다듬어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앤의 공격 네 가지에 대한 핵심 로직도 설계했습니다. 커스텀 난이도 중에서도 까다로운 축에 속하는 작업이었어요.
기본 공격: 타이밍 바를 보다가 초록색 바가 되는 순간 스페이스 바를 누릅니다.

연타 공격: 2초 동안 스페이스 바를 연타해 타이밍 바를 채워야 합니다.

차지 공격: 스페이스 바를 누른 뒤, 초록색 바가 됐을 때 떼어야 합니다.

일장연설: 빠른 일반 공격의 파생입니다. 앤이 연속으로 시끄러운 말을 쏟아내며 적에게 정신 공격을 가합니다. 앤다운 공격이라 구현하면서 꽤 재밌었습니다.

네 가지 모두 타이밍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플레이어가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리듬을 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전투가 지루하지 않고 매 순간 집중하게 만드는 구조, 그게 저희가 타이밍 ARPG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맺음말
이번 주 작업물을 취합해보니,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을 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주 이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꽤 그럴싸한 게임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앤의 스탠딩 이미지 적용을 확인한 만큼, 다음 주는 노아의 스탠딩 이미지, 1장 맵의 전체적인 구성, 그리고 배틀 페이즈의 구체적인 사양 작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앨스웨어는 지금도 자라나고 있습니다. 😊
— 팀 벨라도나, 효니 & 판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