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서로를 채우며 달린다

안녕하세요! 팀 벨라도나 개발일지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둘이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서로의 작업 방식이 꽤 맞아들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디스코드로 소통하면서 각자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한쪽이 놓친 부분을 다른 쪽이 자연스럽게 채워주는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어디쯤 있는지 대략 알게 되는 그 감각, 팀 작업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스파인과 유니티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하나 필요했습니다. 스파인 런타임 패키지를 유니티에 설치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스파인을 활용할 것인가를 서로 맞춰두는 과정이 있었어요. 방향별 스킨 이름과 애니메이션 명명 규칙을 함께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각자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규칙이지만, 이런 합의가 쌓여야 나중에 서로의 작업물을 막힘 없이 연결할 수 있더라고요.
효니: 노아, 두 개의 크기로 살아나다
이번 주는 노아 캐릭터의 스파인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노아는 앤의 오빠로, 월드 파트와 대화 파트에서 각각 다른 형태로 등장합니다. 월드 파트에서는 리소스 절감을 위해 스탠딩 이미지를 활용한 대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키가 작은 버전과 큰 버전을 따로 제작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월드 파트에서 쓰일 작은 노아 버전을 1차적으로 완료했고, 현재는 큰 버전의 이미지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솔직히 위와 같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하루면 끝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판테라가 이전에 비주얼 노벨을 만들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줬는데, 캐릭터 한 명당 표정과 포즈가 7~8가지는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게 하루 작업이 아니구나" 하고 바로 감이 왔습니다.
다른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부분인데, 막상 만드는 입장이 되니까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게임을 살아나게 하는 핵심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주는 전투 기획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한 주간이었어요. "RPG 스타일로 싸운다"는 방향은 있었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아직 선명하지 않았거든요. 판테라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투의 전체적인 양상과 흐름은 제가 주도적으로 정리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된 그림은 아니지만, 조금씩 윤곽이 잡혀가고 있어요.
판테라: 뻘짓도 결국 기초가 된다
이번 주 저는 꽤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2D 환경에서 2.5D를 구현하려고 했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공식 문서도 뒤지고, AI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진행해봤는데 뭔가 계속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 짚고 있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몰랐어요.
그러다 효니가 시점 관련해서 자신이 만들어둔 유니티 프로젝트를 하나 보여줬습니다. 간단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이는 프로토타입이었는데, 그 코드를 보는 순간 머리에 땡 하고 종이 울리는 것 같았어요.

2.5D를 구현하려면 3D 환경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인데, 2D 환경에 0.5D를 더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거죠. 3D 환경을 깎아서 2.5D를 만드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방향이었습니다.

사실 이 일련의 과정이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한 번에 잘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고, 부딪히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개발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주의 목표는 다음 주까지 핵심 플로우를 설계하는 것이었는데 전체적인 진척도는 오히려 예상보다 빠른 편입니다.

마음의 결심이 서고 나서 프로젝트를 v2로 전환했습니다. 3D 환경으로 바꿨지만 기존 작업 방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이동 구현에 이어 전투 방식과 타이밍 시스템도 프레임워크 컨벤션에 맞게 붙여나가고 있어요. 조금 더 다듬으면 복제해서 템플릿처럼 쓸 수 있는 개발 플로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돌아온 길이 있었지만, 그 경험 자체가 오히려 탄탄한 응용 기초가 됐다는 느낌입니다.

맺음말
세부적으로 기획을 다듬어갈수록, 효니가 처음에 품고 있던 세계관과 게임의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실감하는 날들입니다. 그걸 그대로 다 구현하려 하면 끝이 없겠죠. 그래서 저희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단위로 잘게 쪼개고, 하나씩 확실하게 구현해 나가는 것. 이번 주도 작지만 확실한 한 걸음이었습니다.
다음 개발일지도 기대해 주세요. 😊
— 팀 벨라도나, 효니 & 판테라